오래 달리기를 시작하기까지..
글의 제목이 아주 건강해 보이지만 사실 저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약간은 그렇습니다. 구기종목은 선천적으로 감각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았고, 특히 발을 이용해야 하는 축구나 족구 같은 운동의 경우 이상하게 남들보다 슛을 차는데 힘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단거리 달리기를 해도 남들보다 빠르게 달리질 못했습니다.
조금 핀트를 벗어나자면 신발을 신는 데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어서 약간 기억을 더듬었을 때 '내가 조금 큰 신발을 신고 있어서 그랬나?' 싶다가도, 군대에서 달린 걸 생각하면 역시 달리기 자체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달리기는 잘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잘한다'는 의미는 빠른 시간 내에 들어온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닙니다. 제 기준으로 잘한다라는 의미는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는 의미였지요.
학창 시절 친구였는지, 아니면 군대 동기였는지 어디에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래달리기는 심장과 다리를 분리해야 한다.',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을 때, 심장으로서의 감각을 잠시 무시하고 다리를 한 번 더 움직여보라',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죽지 않는다.'
어느 순간 다리만 움직이자고 생각을 하니 정말로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지더라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정신력이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군대에서 들숨, 날숨을 두 번씩 나눠서 하는 후-후-하-하 호흡법을 익히고 나서는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래 달리기 한정으로 운동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후-후-하아~ 세 번으로 나눠서 호흡을 합니다.)
이상하게 팔굽혀펴기를 하면 왼쪽 어깨에 통증이 왔고 제대로 된 횟수로 치면 5회 이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윗몸일으키기도 10회를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턱걸이는 당연히 1회도 하지 못했고, 그나마 고등학생 시절 농구를 좋아해서 손으로 하는 공놀이를 조금 많이 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그냥 평범 이하 수준이었죠. 하지만 오래 달리기는 저에게 특별했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학업이나 여러 가지를 하다보니 운동과는 다시 담을 쌓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살도 찌고, 그렇게 어영부영 몇 년이 흘러갔죠. 중간에 헬스장을 한번 등록하기도 했었는데, 딱 하루 기구를 체험하고 온몸에 근육통이 몰려와 그다음 날부터는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완전 의지박약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나이도 먹으니 이제 자연스럽게 배가 나오더군요. 젊음이라는 에너지가 유지시켰던 최소한의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식습관이나 수면도 불규칙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아주 불행한 삶을 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생활 패턴이 건강과는 조금 멀었다고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2021년이 되었고 저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니 운동이 절실하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 만에 운동 고민을 한 끝에 역시 또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래달리기 드디어 실천 (feat. 런데이)
오래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로, 지금의 제 상태로 헬스장에 가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전신 운동인 달리기를 통해 어느 정도 감량을 일궈내고 가려고 생각했던 것이죠. 지금 생각하면 사실 한없이 부질없네요. 헬스장은 당장 마음먹었을 때 등록하고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둘째로는 가장 자신 있는 운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하려면 재미를 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셋째로, 헬스장 등록 여부와는 상관없이 체중 감량이 절실했습니다. 체중을 감량하는 방법으로는 오래 달리기가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근력 운동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당장은 달리기부터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체계적인 방법을 알아보다 런데이 어플이라는 것도 알게 되어 설치하게 되었죠.
솔직히 오래 달리기에 자신이 있다고는 했지만 공백기가 커서 처음부터 몇십 분씩 달리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플을 보니까 8주 코스가 있고 그 첫 번째가 1분씩 달리기더라고요.
그래서 첫 달리기를 해봤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달려보는 터라 1분을 달려도 죽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처음 런데이앱과 함께 오래 달리기를 시작한 건 21년도 4월경이었는데 이때 날씨가 좋았어서 망정이지 한여름이나 한겨울이었으면 마음이 꺾였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때는 운동을 해야 할 동기가 있었으니 몇 달간 꾸준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 3일을 목표로 했지만 다른 일정이 있거나 비가 많이 온 날(5월)은 거른 날이 좀 많았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달렸습니다.
운동은 초심자가 했을 때 정말 힘들지만 그만큼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 2, 3주 정도가 지나니 진짜로 체력이 늘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는데, 그때부터는 발에 불이 붙은 듯이 재미도 덩달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런데이 어플의 다른 이용자들의 평을 보다 보면 종종 달리는 중간중간 자꾸 말을 걸어서 달리기에 집중이 안된다고 하곤 합니다. 저는 오히려 그 적막함을 깨는 것이 좋았습니다. 단순한 멘트로 응원하는 것뿐인데도 계속 이입이 되었네요.
초반 1분 정도 달릴 때 조금 힘들고, 3분가량 달릴 때에도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지나면서 15분을 달리게 되었을 땐, 이거 30분 달릴 수 있는 건가? 싶었는데 정말 마지막 주차에 30분 코스를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런데이 어플의 8주 코스 마지막 단계를 성공하게 되면 이 모든 것을 끝마친 나에게 멋진 덕담을 보이스로 들려줍니다.
직접 이 코스를 다 맛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 여유가 된다면 직접 해보시고 듣는 걸 추천드립니다.
지금은 좋아했던 그 사람과 성공적인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래 달리기를 하지 않았어도 잘 성사됐을 것 같긴 합니다. 하하) 운동은 몸이 건강해지려고 하는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정신이 건강해지는 게 가장 좋은 효과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운이 좋은 점이 딱 하나 있었는데 바로 집 앞에 한강 공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야외에서만 달리기를 하다 보니 생전 패션에 관심도 없었던 저였지만 달리기용 신발, 옷 등을 구입하고 겨울엔 비니, 장갑, 바람막이 등 여러 방한도구를 구입했습니다. 스스로가 이런 변화를 만들어 냈다는 게 아직도 놀랍습니다.
당분간 습관이 되어 잘 달릴 것만 같았지만 몇 주 쉬게 되어 또 공백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어느 순간 보면 8주 코스를 뛰고 있었죠. 그렇게 21년, 22년, 23년이 흘러갑니다.
달리기도 하다 보니 이제 충분히 적응이 되었습니다. 23년 가을즈음을 마지막으로 또다시 공백기를 가졌었는데, 24년 2월부터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24월 2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을 달린 결과 정확히 7kg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열심히 달린 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식습관을 고치지도 않았죠. 달리기를 중간에 많이 빼먹기로 했고 그때마다 다시 단계를 뒤로 되돌려서 달리곤 했거든요. 날씨가 후덥지근했기 때문에 잘만 달린다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싶어 조금 아쉬웠지만 이렇게 장기간동안 눈에 보일만한 체중 감량의 효과를 본 건 그래도 이번에 처음이었기에 저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꾸준함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몸소 느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25년 목표로는 헬스장과 병행하여 근력운동도 해보고 날씨가 안 좋은 날에도 실내 러닝머신을 통해 달리기를 계속 유지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달리기는 역시 야외가 최고인 것 같지만!)
혹시나 오래 달리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일단 작은 거리부터 조금씩 늘려가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처음엔 힘들겠지만 오히려 초반이기 때문에 금세 스스로의 변화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변화를 추진력으로 삼아 계속 이어나가세요. 그리고 어느 순간 습관이 되는 때가 옵니다. 그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나가서 뛰게 됩니다.
말 그대로 일상이 되어버리죠. 무엇보다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그 하루는 최고의 하루가 될 겁니다.
여러분 모두가 계획한 대로 실천하는 25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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