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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라이프/반려동물

4개월된 강아지 이물 삼키고 내시경도 안되서 개복수술 한 후기 - 이런 걸 대체 언제 삼킨거야?

by 핸카 2025. 4. 14.

 

4개월 강아지 이물 삼키고 수술로 빼낸 후기

신호를 주는 강아지

 

지금 저희 집은 아니고 동생이 지내는 집에서 키우는 4개월 된 아기 강아지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종종 본가로 데려오곤 하죠. 이름은 꿀밤이입니다. 며칠 전에도 데리고 와서 같이 잠도 자고 사료도 주고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꿀밤이 사진 1꿀밤이 사진 2

 

그런데, 갑자기 아침에 여러 번 헥헥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간혹 가다 한 번씩 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소리를 낼 때 연속적으로 여러 번 내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꿀밤이를 키우기 전에 포미라는 강아지를 키웠었는데, 그때의 경험으로 보자면 보통 강아지가 크게 한숨을 쉬는 경우는 헥! 하면서 한 번 크게 내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구토를 하려고 하면 꿀렁꿀렁거리는 느낌으로 소리를 내곤 하는데 이번 경우는 두 경우 모두와 달랐습니다.

켁켁대는 강아지

 

아침에 잠깐 그러다 말길래 괜찮나 싶다가도 불안해져 낮에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엑스레이 정도는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몇 달 전, 16년 함께 지낸 강아지 포미를 강아지별로 보낸 경험이 있는데요. 그 강아지를 키워오면서 빠른 병원 방문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강아지는 아플 때 아프다고 말을 하지 못하니까요.


가슴이 철렁. 뭔가 삼키긴 삼켰다!

 

병원에서 사진을 찍으니 아주 하얗고 긴 것이 선명하게 배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아지 엑스레이 촬영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예전에 포미도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그 파편이 몸속 장기에 상처를 냈었거든요. 의사분께서는 이물 색이 아주 하얀걸 보아 금속 재질일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플라스틱 같은 재질이었다면 저렇게 흰색이 아니라 조금 투명한 색이 섞여서 나왔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걱정돼서 사진을 확대해 보니 끝부분이 뭉툭한 것이 날카로운 못이나 나사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꿀밤이가 너무 소아기이고 이물 크기가 생각보다 너무 컸기에 빨리 빼내는 게 중요했죠.

 

다른 말씀도 해주셨은데 이물을 당장 오늘 삼킨 것이 아니라, 삼킨 지 2~3일 정도 된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도대체 집에 저렇게 생긴 물건이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동생네 집에 있을 때 삼켰을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찾아서 집어먹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시경 불가

 

원래 이런 경우 수술 없이 내시경을 통해 이물을 빼낸다고 하는데, 전제가 공복 상태일 때 가능한 방법입니다. 꿀밤이의 경우 사료를 먹은 지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시경으로 이물을 빼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시도는 해본다고 하셨는데, 강아지 나이가 너무 어리기도 하고 공복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30분 정도만 진행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상 진행하면 꿀밤이도 힘들 거라고 하네요.

 

살아온 지 이제 몇 달 밖에 안된 아기 강아지, 벌써부터 개복 수술로 아프게 하고 싶진 않아서 내시경이 꼭 성공했으면 했는데요. 30분 후 결국 내시경으로 이물을 추출해내지 못하고 개복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개복 수술, 강아지가 삼켰던 것

 

약 1시간 정도 수술을 진행한 끝에 드디어 꿀밤이가 삼킨 이물을 꺼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게 뭔가요?

꿀밤이 배 안에 들어있던 것들
꿀밤이 배 안에 들어있던 것들

 

긴 쇳덩이만 삼킨 줄 알았는데 밧줄 모양의 끈도 함께 딸려 나왔습니다. 저 금속 막대의 크기도 놀라운데 그 위에 딸려 나온 이물은 더 커서 눈이 정말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자기 몸뚱아리만한 걸 삼키고 지금껏 어떻게 지냈는지 어안이 벙벙하더라고요.

 

수술 자체는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강아지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노령견처럼 마취에서 깨어나야하는 당일과 그다음 날이 고비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잘 깨어나기만 한다면 회복 자체는 빠를 거라고도 말씀해 주셨지요.

회복중인 꿀밤이
회복중인 꿀밤이

 

그리고 여러 가지 설명도 덧붙여 주셨는데, 앞서 말했듯 저 금속 모양 막대가 끝 부분이 날카롭지 않고 뭉툭했던 것이 그나마 천운이었다고 하셨습니다. 게다가 뱃속이 음식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완충 작용을 했다고도 말씀하셨고, 무엇보다 개복 수술을 진행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저 끈모양의 이물도 함께 빼낼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모로 참 더 큰일 날 수 있었던 부분을 요리조리 잘 피해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생각하니 간담이 아직도 서늘합니다.

 


마취에서 깨어난 후 회복 중인 꿀밤이

 

꿀밤이는 수술 당일 다행히도 정신을 차리고 건강하게 회복 중입니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배에 상처를 내서 미안한 마음도 크지만 무엇보다 꿀밤이가 잘 버텨내 줘서 너무 고맙네요.

억울한 눈빛의 꿀밤이
억울한 눈빛의 꿀밤이

 

병원에서도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간호사분께서 계속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시고, 심지어는 꿀밤이를 입원시키고 집에 와도 계속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시곤 합니다.

꿀밤이 사진 3꿀밤이 사진 4
병원에 있는 꿀밤이

 

강아지는 성견이 되기 전까지는 뭐든지 주워 먹을 수 있어서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1년 이내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경우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나름 신경을 쓴다고 써왔는데 밤 사이 집어먹었는지 도대체 언제 뱃속으로 들어갔는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마치며

 

나이 어린 강아지가 이물을 삼키고 병원에 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다니는 잡동사니는 물론이고, 이제 막 5차 접종을 끝내 산책을 시작한 강아지도 밖에서 이것저것 삼켜버리지요. 뒤늦게 발견해서 꺼내려고 입을 강제로 열다 보면 어쩔 땐 그냥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꿀떡 삼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막기 어려우니 예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주인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집을 깨끗하게 정돈해 놓으세요. 특히 요즘 에어팟 많이들 사용하시죠? 누워서 에어팟을 끼고 유튜브를 보다가 무심코 빼서 내려놓으면 강아지의 타깃이 됩니다.

꿀밤이
꿀밤이

 

강아지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애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경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 꿀밤이가 더는 아픈 경험 없이 쭉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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