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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와 소개/영화 및 드라마

조명가게 결말 및 해석, 세계관 속 놓치기 쉬운 세세한 디테일들

by 핸카 202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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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웹툰 원작 '조명가게'

 

조명가게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강풀 작가의 웹툰인 '조명가게'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인데요.

드라마로서의 연출 및 감독은 배우 김희원님이 맡았다고 합니다.

김희원 배우
'무빙'의 선생님으로 등장했던 김희원 배우

 

무빙 시리즈에서 체육 선생님으로 나왔던 그 김희원 배우입니다!

조명가게가 첫 연출작임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연출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조명가게' 어떤 작품이었나?

 

조명가게 초반 3화까지의 분위기는 내용 전개를 위한 빌드업 단계 즉,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떡밥을 마구 뿌리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더불어 장르 특성상 공포 요소가 많이 섞여있기 때문에 웹툰을 먼저 보지 않았거나, 장르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3화 이전에 하차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네요.

 

특히나 이해가 어렵고 루즈한 전개를 지닌 초반부는 원작 웹툰에서도 문제점으로 많이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조명가게는 4화가 되면서 비로소 이야기의 배경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밝혀지며 큰 떡밥이 일부 풀리게 됩니다. 김희원 감독님도 이 부분을 연출하면서 스스로 굉장히 만족하셨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지요.

이 점을 고려해 보면 4화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3화까지의 이야기 전개방식은 꼭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조명가게 4화
조명가게 4화

 

저 역시 3화까지 벌벌 떨면서 보다가 4화 이후부터는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거니까요.

 


등장인물별 해석

 

조명가게는 현실 세계에서 어떠한 사고를 당한 인물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물며, 과거를 돌아보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들을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현실에서도 위독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종종 "환자분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라는 말을 듣고는 합니다. 이 드라마는 바로 그 '의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로 '의지'를 부여한 것이죠.

 

 

이야기는 시내버스 사고로 시작됩니다. 승객 전원이 혼수상태(코마)에 빠지며, 그들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펼치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여러 인물들이 재회하고, 때로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죠.

 

내 스스로의 의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자들끼리의 얽혀있는 인과속에서 생기는 의지,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서 전해지는 의지까지. 이 드라마에서의 의지는 비단 나 혼자만의 의지뿐만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형태를 지니고, 그 모든 의지가 삶과 경계의 종착지인 조명가게로 인물들을 스스로 인도하게 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인 '조명가게'


▶ 유희와 현주

유희와 현주
모녀 유희와 현주

 

모녀 관계인 이 둘도 시내버스 사고 당시 버스 승객으로 있었습니다. 사고의 순간 어머니인 유희는 딸인 현주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했죠. 그 결과 어머니는 목숨을 잃고 딸인 현주는 코마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빛을 지닌 조명을 발견하길 희망하는 과정에서 어머니 유희는 딸에게 매일 조명가게에서 조명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킵니다. 현실에서 삼일장이 진행되며 시간이 얼마 없음을 깨달은 어머니는 직접 조명가게로 향하여 원영(주지훈)에게 딸의 조명을 받기를 희망합니다. 이후 극적인 전개로 이야기가 진행되죠.

 

"다리도 불편한데 여긴 어떻게 왔어~"라는 대사는 모녀간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동시에, 조명가게 주인 원영과의 부녀 관계를 암시하는 복선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냅니다. 특히, 작품 후반부에서 사탕 하나를 매개로 세 사람의 관계가 풀려가는 연출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이정은 배우 정말 연기력이 어마하십니다.)

어머니 유희
삼일장 때문에 입에 솜을 물고 있는 모습

 

결국 현주는 현실세계로 돌아오지만 어머니를 계속 기억하기 위해 섬망치료를 받지 않게 됩니다. 만약 조명가게 시즌2가 나온다면, 시즌1 영지(박보영)의 비슷한 역할로 현주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 영지

 

영지는 과거에 코마상태에 빠져본 적이 있습니다. 이후, 사람을 구하기 위해 편입하여 중환자실의 간호사가 되었죠.

작중 인물들보다 먼저 조명가게를 방문해 본 사람입니다. 앞서 이 작품에서의 의지는 각각 다른 장소와 형태를 띤다고 얘기했었죠? 영지는 현재 시간선에서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의지를 부여하는 역할입니다.

 

현주의 아버지처럼 간절한 기도로 전해지는 의지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현주의 어머니가 현주에게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의지가 닿고 있는 거지요. 하지만 영지는 과거 조명가게를 다녀와본 경험이 있으면서 중환자실에서 환자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세계와 현실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의지'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며 이를 보여주는 장면들도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 선해와 혜원

선해와 혜원
선해와 혜원

 

선해와 혜원은 같은 여자이면서 서로 연인 사이입니다.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싸우고 그 상태에서 사고 버스에 탑승하게 됩니다. 사고 당시 혜원은 선해를 지키기 위해 뒤에서 꼭 껴안게 되죠. 유희와 현주처럼 혜원은 목숨을 잃고 선해만 코마상태에 빠지게 되는데요. 살아있을 때 둘이 같이 지내려고 알아보던 집에서 삶과 죽음 경계 속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선해와 혜원의 이야기는 조금 복잡하고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사후세계에서 혜원은 처음부터 선해의 곁에 등장하지 않고 같은 집 안에 숨어 지내고 있죠. 사고 나기 전 선해의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는 말을 지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감을 때나 잠을 잘 때나 뒤에서만 계속 껴안는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죠. 

 

선해가 지내는 집이 지속적으로 불이 꺼지는 현상은 선해의 삶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해석으로는 혜원이 의도적으로 꺼뜨린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선해를 조명가게로 안내하기 위해서이지요. 불이 아무리 꺼져도 선해가 조명가게로 향하지 않자 이후엔 결국 혜원도 선해 곁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선해는 도어록에 걸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선해의 삶에 대한 의지력이 집 밖을 나설 수 없게 만드는 묘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마지막 순간 선해는 자신의 조명을 깨뜨리며 사후 세계에 혜원과 함께 남는다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그 의지가 이 집과 혜원에게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 승원과 지웅

승원과 지웅
승원과 지웅

 

지웅도 버스 승객 중 한 명이었습니다. 사고 마지막 순간 농구공을 꼬마에게 주며 부력으로 꼬마는 생존하게 됩니다. 이후 농구공은 영지(간호사)에게 전달되고 이는 다시 지웅에게 전달되죠. 사후세계에서 농구공은 승원이 지웅을 찾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때, 현실세계 의지의 매개가 되는 농구공만 색감이 있는 상태로 연출되는 장면이 정말 훌륭했습니다.

 

 

승원은 결함 차량을 운전했던 버스 기사이며, 사후세계에서 자신의 버스에 탔던 모든 승객들을 조명가게로 안내하고 싶어 합니다. 작중 초반 영지와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면서 "환자가 많나요?"라고 물으며 펑펑 울었던 장면은 그의 죄책감을 크게 나타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웅은 선해와 혜원의 집을 거쳐 마지막으로 현주를 만나며 그녀가 사후세계에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이는 현주가 살아남은 후에도 평생 어머니를 기억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 지영과 현민

지영과 현민

 

현민은 버스를 타고 지영을 만나러 가던 도중 사고를 당하고 허리가 돌아가는 큰 부상을 입습니다. 그렇게 코마상태에 빠지게 되지요. 지영 역시 애통한 마음과 함께 현민의 곁으로 떠나가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순간 현민이 아직 코마상태에 빠져있다는, 즉 아직 죽지 않았다는 문자를 받게 됩니다. 지영은 마지막 순간 그 문자를 보고 발버둥치다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되지요.

 

지영은 청각장애로 잘 듣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현민은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영을 생전에 사랑했었죠.

그러나 사후세계에서 현민은 지영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지영은 마지막 염을 치르기까지의 기간 동안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현민을 계속 되살립니다. 생전에 자신이 했던 가죽 바느질을 통해 현민의 상처부위를 계속해서 꿰매죠. 추억의 장소에서 계속해서 현민을 되살리지만 현민은 지영을 끝까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대체 왜 현민은 지영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사실 이 부분은 여러 해석이 존재합니다. 강풀 작가도 이 부분은 예상되는 원인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겠다고 말씀하셨죠. 작품을 다 본 사람들끼리 전해지는 몇 가지 유력한 가설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지영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사고가 아닌 자살도 스스로를 죽이는 원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후세계에 가서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는 가설이지요.

 

두 번째는 현민이 지영을 완전히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옆 사람이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고 똑같이 문자를 보내는 행위, 짐을 놓고 다니는 행위, 심지어 그 짐을 되찾는 과정도 곧바로 포기하는 행위 등 사랑보다는 지영을 연민의 감정으로 대했기 때문에 인연의 힘이 약해졌다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세 번째는 두 번째와 맥락이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릅니다. 사람 자체가 굉장히 어리숙하고 우유부단하기 때문입니다. 조명가게를 관통하는 행위는 하나입니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빛을 찾는다. 이 말에서 자신의 빛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그 빛을 가지고 돌아간다는 것이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선해처럼 이곳에 남기를 희망할 수도 있는 것이죠. 중요한 건 자신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현민은 의지력이 굉장히 결핍되어 있었습니다. 살아생전 시종일관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마지막 순간 조명가게에 들어와서도 다른 인물들에 비해 한참을 헤매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죠.

 

어느 쪽이든 현민의 어머니가 보낸 가혹한 문자로 생을 마감하게 된 지영은 오히려 사후세계에서는 현민을 살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현민은 지영을 기억하지 못하죠. 아이러니하고도 정말 슬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네요.

지영은 이것이 한이 되어 결국 현실로 돌아온 현민의 원귀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조명가게 속 세세한 연출들

 

조명가게는 초반 이야기가 대부분 다 복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중간중간 앞서 나왔던 장면들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망아파트와 병동이 전부 8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사후세계는 낮이 없기 때문에 야간자율학습 장면만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 학급 반 학생들의 이름이 모두 죽은 태명으로 지어져 있고 현주만 살아있는 상태의 사람이라는 것, 선해를 살리기 위해 돌아다니는 혜원, 승객들을 찾아 헤매는 승원, 정상적으로 조명을 구입하고 나가는 사람은 모두 죽어서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 뭔가 특별하고 몸이 이상한 사람들이 오히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1화의 낯선 사람들이야말로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야 말로 조명가게라는 작품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번 보는 것입니다. 그때는 몰랐던 사실들이 보이게 되니까요.


다른 작품들과의 연결점

 

조명가게의 쿠키영상을 보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형사는 강풀의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합니다. 형사의 눈은 산자를 죽은 자로 만들 수 있어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지요. 정확하게 매치가 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같은 역할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또한, 원작 '아파트'에서 불이 모두 꺼지는 시간인 9시 56분도 등장시켰네요.

형사 양성식아파트의 9시 56분
형사와 원작 '아파트'의 9시 56분

 

그리고 김영탁도 등장하는데요, 원작 웹툰 타이밍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인물입니다.

김영탁은 시간을 정지시킬 수 있습니다. 단, 주변의 공기도 모두 정지하기 때문에 원활하게 호흡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세세한 설정들이 작품을 더욱 긴박하고 탄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김영탁은 드라마 '무빙'에서도 잠깐 출현한 적이 있고 타이밍이라는 작품은 강풀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았던 작품이기에 반드시 다시 등장할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박정민 배우의 짜증연기는 일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약간은 능글거리는 김영탁과 잘 어울리는 듯싶습니다.

타이밍의 김영탁
'타이밍'의 김영탁

 

디즈니 플러스에서 강풀 유니버스가 시작되는 만큼 여러 인물들의 정보를 풀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연계되는 작품들의 인물들과 서사를 모두 설명하려면 너무나 많은 분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작품 중간중간 형사의 등장이나 쿠키 영상에서의 언급 등으로 연결고리를 만들고 후속작을 낼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무빙의 후속작은 브릿지이지만 브릿지를 내려면 타이밍의 인물들이 필요하다고 강풀 작가가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이렇게 작품 중간중간 필요 인물들의 서사를 넣는 방식을 택했을 수도 있겠네요.

조명가게에서도 무빙의 장희수를 쿠키영상에 잠깐 등장시킨 것을 보면 연결고리를 하나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명가게 쿠키 영상에 등장한 장희수
조명가게 쿠키 영상에 등장한 장희수

 

무빙의 후속작은 배우들 스케줄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오래 갖고 최소 2026년이 돼서야 제작이 시작될 거라고 합니다. 너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는 작품으로 꼭 찾아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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