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보드게임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고 새로운 인연을 쌓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다소 어색하지만 계속 마주치는 사람도 있죠. 이처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크고 작은 감정과 다양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 사이에서 어색한 기류가 흐르거나, 새로운 모임에 가입했는데 좀처럼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면 보드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울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우연한 계기로 모두가 보드게임 탁자 앞에 둘러 모이게 되었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즐기고 구성원들과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길 바랍니다.
제 경우 보드게임방을 주기적으로 다니는 편이고 어떤 보드게임은 직접 구입하고 자리를 마련해 즐기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조금 딥하게 들어가거나 머리를 쓰는 등 플레이타임이 긴 게임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그렇다고 저와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는 모두에게 이런 매니악한 게임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소개팅 장소에서 가벼운 스몰토크를 유도하기 위해 MBTI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고 하지요? 보드게임에서도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게임의 유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대화형 보드게임입니다. 우리는 친해지는 것이 목적이니까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며 게임도 덩달아 즐기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보드게임을 해오면서 개인적으로 재밌다고 느꼈던 대화형 보드게임 세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1. 아임 더 보스 (I'M THE BOSS!)
▶ 인원 : 3명 ~ 6명 (추천 인원 6명)
아임 더 보스는 플레이어 모두가 사업을 하는 게임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먼저, 부루마블에서도 쓰이는 '말'은 여기서는 모두와 공유하며 하나만 사용합니다.
플레이어 각각이 순서대로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사업을 유치하거나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땅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나의 사업을 열고 투자 전략을 세워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는 게임입니다.
사업을 하려면 인력이 필요하겠죠? 나 혼자서 모든 인력을 충당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함께 협력하여 거래를 성사시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협력자에게 지분을 어느 정도 나눠줘야겠지만 그것은 갑의 선택일 뿐입니다.
아, 물론 내 턴에서는 내가 사업을 차리는 입장이기 때문에 갑의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게임의 재미있는 점은 순서 대상자가 주사위를 굴리고 거래를 열지만 그 이후 거래 과정에서는 순서 상관없이 중구난방으로 모두가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갑의 위치에 숟가락을 얹어 금전적인 이득을 보고 싶을 것이고, 갑도 내 회사에 득이 될 것 같은 파트너를 선별하게 됩니다.
또 어떤 갑은 주사위를 굴려서 거래를 열기만 하고 모든 인력은 을에게서만 충당한 뒤, 거래 파토를 협박 수단으로 돈을 조금 챙길 수도 있겠네요.
거래 성사 과정에서 금전 분배방식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분배협상도 할 수 있고, 을끼리 서로 방해를 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갑을 끌어내리고 갑의 자리를 차지하는 등 여러 가지 카드를 통한 반전운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또다른 재미있는 점으로는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목적이 있다면 그 방식대로 품으며 진행할 수 있고, 정말 친한 친구들끼리 할 때는 게임이 우정 파괴 장르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진짜 파괴는 아니고 플레이 요소입니다.
내가 이득을 보기 위해 꾸준하게 나를 어필해야 하는 게임, 그러면서도 내 턴에는 남들의 어필을 열심히 들어야 하는 게임. 대화가 없다면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아임더보스를 한 번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2. 쿠 (Coup)
▶ 인원 : 2명 ~ 6명 (추천 인원 4명)
다음으로 소개할 게임은 쿠(Coup)입니다. 한국에서는 '레지스탕스 쿠'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게임은 약간의 동전 화폐와 15장의 카드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거짓말 게임입니다. (확장팩은 카드가 조금 더 추가됩니다.)
게임을 요약하면 간단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두 장의 인물 카드를 각각 분배받게 됩니다. 상대방의 카드를 모두 없애고 최종적으로 내가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처음 배분되는 두 장의 인물 카드는 나만 볼 수 있습니다. 공작, 암살자, 백작부인, 사령관, 대사관 이렇게 5개의 인물 카드 중 랜덤하게 두 장을 받습니다. (같은 인물 카드 두 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인물 카드는 고유의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본질은 이 고유 능력이 아닙니다.
어차피 상대는 나의 카드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내 스스로 마음대로 능력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인물 카드의 능력을 거짓말로 속여가며 금전을 최대한 많이 획득하고 상대 카드를 없애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이 게임의 핵심 전략입니다.
상대방이 돈을 너무 잘 모은다고요? 그렇다면 거짓말을 간파하십시오. 상대가 능력을 사용할 때 의심을 제기하면 됩니다. 물론 검증 실패 시 내 카드 한 장이 사라지지만 보드게임에서 승부사 기질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요소이지 않을까요?
거짓말을 하지 않고 묵묵하게 고유의 능력만을 사용한다면 내가 가진 인물카드가 무엇인지 상대에게 들킬 확률이 큽니다. 물론 이 역시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지만요. 거짓말을 하고 싶다면 상대를 최대한 믿게 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마구마구 혼란스럽게 만들기 바랍니다. 단 하나의 카드로 5개의 인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게임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그 과정에서는 반드시 대화가 필요하기에 더욱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때로는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재미있는 판은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모두가 의심만 하다가 모두 자멸하는 판도 종종 있습니다.
내가 거짓말을 하거나 감추는데에 자신이 있다, 또는 말주변과 관계없이 상대의 거짓말을 잘 간파할 수 있다 하는 사람은 쿠를 한 번 해보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텔레스트레이션
▶ 인원 : 4명 ~ 12명 (추천 인원 6명 이상)
캐치마인드, 갈틱폰같은 게임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텔레스트레이션은 이 게임들의 보드게임 버전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게임은 친화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고 보통 재미있는 해프닝이 생기면 두고두고 기억되더라고요.
이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려면 아래 두가지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1. 최소로 진행할 수 있는 인원은 4명이지만 인원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2.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재미가 배가 됩니다.
아, 나는 그림의 '그'자도 잘 모르겠다? 인생에 있어서 그림이라는건 나랑은 거리가 많이 멀다?
이에 해당한다면 무조건 이 게임을 고르십시오.
게임의 방식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모든 플레이어는 각각 스케치북 하나와 제시어 카드를 부여받습니다. 이후 랜덤하게 부여되는 카드에 적힌 제시어를 자신의 스케치북에 적은 뒤, 옆 사람에게 스케치북을 전달합니다.
모두가 이 과정을 진행했다면 옆 사람에게 받은 스케치북에 적힌 제시어를 보고 다음장으로 넘겨 제시어에 해당하는 그림을 그린 뒤 또 옆사람에게 전달합니다. 이렇게 그림 → 단어 → 그림 → 단어 순서대로 스케치북을 빙 돌려 자기 차례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반복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대화가 게임 진행에 있어서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마지막 턴까지 완료하고 순서대로 자신의 스케치북을 한 장씩 넘겨 공개할 때, 처음 주제에서 얼마나 기상천외하게 빗나가 있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해명하는 시간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발생합니다.
자신의 그림 실력이 너무 안좋아 상대에게 스케치북을 건네주기가 망설여지시나요?
괜찮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그것 자체가 오히려 플러스 요소가 되니까요.
특히,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게 되더라고요. 추억으로 남기기에도 좋고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에도 이만한 게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방향을 역방향으로 바꾸거나 좌석 배치를 변경하는 등 진행에 있어서도 다양하게 리프레시를 줄 수 있으니 일단 사람이 많이 모였으면 텔레스트레이션을 한번 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